예전보다 애완견, 애완묘에 물려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오늘도 응급실에는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에 손을 물린 환자가 왔다. 교과서 및 진료 지침을 떠올려 환자에게 문진을 시작한다. “강아지 예방접종은 다 했나요?”, “어느 부위를 물렸을까요?”, “환자분 파상풍 예방접종을 하셨나요?” 물린 부위를 묻는 이유는 얼굴을 제외하고는 감염의 우려 때문에 응급실에서 당장 봉합을 하지 않고 소독을 하면서 2~3일간 지켜보다가 추후 봉합을 하기 위함인데 외부 상처는 파상풍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필요시 예방접종을 해야한다. 동물의 예방접종 여부는 당연히 광견병 관련 여부 때문에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런데 환자가 이야기 한다. “산에서 돌아다니는 개에게 물렸어요! 광견병 아닌가요?”
광견병은 광견병 바이러스에 의해 뇌염, 신경증상 등 중추신경계 이상을 일으키며 대부분 사망하는 대표적인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사람이 감염되었을 경우 공수병으로 칭한다. 물을 마실 때 인후두, 횡경막 근육이 불수의적으로 격심하고 고통스럽게 수축해 물을 무서워하게 돼 공수병이라 부른다.
1차적으로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야생동물로 너구리, 오소리, 박쥐 등이 대표적이고 이들이 직접 사람과 접촉하거나, 개, 고양이, 소 등 가축을 감염시킨 후 감염 가축이 다시 인간을 물어 감염시킬 수 있다. 증상으로는 초기에는 발열, 전신쇠약감, 근육통 등 다른 감염 질환과 차이가 없으나 급성 신경질환기에 접어들면 예민해지거나 불안하고 밝은 빛과 소음에 민감해지고, 환각, 경직, 경련,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보통 7~10일내 사망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배포한 인수공통감염병 관리 지침에서 볼 수 있지만, 국내 광견병은 2014년부터 발생하고 있지 않으며, 공수병은 2004년을 마지막으로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야생동물 방역대책으로 광견병 미끼 백신을 살포하고 있다.
주의해야하는 야생동물로는 너구리, 박쥐 등이 있으며, 이에 물린 동물들이 감염원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야생동물 및 유기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공격을 당할 경우 가방, 옷 등을 이용해 신체 접근을 최대한 막고, 중추신경계와 가까운 목, 귀를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반려동물이나 가축은 야생동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이상행동을 보이는 유기동물은 반드시 각 시·도 가축방역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물렸을 경우에는 즉시 흐르는 물과 비누로 최소 15분 동안 상처를 세척·소독하며 가까운 의료기관이나 보건소를 찾아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소독제로 충분히 소독해 파상풍을 예방해야 한다. 교상을 당하고 공수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물렸다면 검사보다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치료해야 한다.
광견병 예방접종 대상은 수의사, 도축업자 및 동물취급자, 광견병 바이러스 취급하는 실험실 연구원, 야생동물 구호단체 회원, 광견병 방역사업 관련 종사자, 광견병 발생이 높은 지역 여행자이며 일반인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광견병 예방접종 백신은 서울 소재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희귀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있어, 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받아 직접 방문 후 구매해야 한다. 지자체 예산으로 구비해 둔 보건소 또는 국립중앙의료원에도 비축 약품이 있을 수 있어 문의가 필요하다. 치료는 급여가 되지만 단순 예방 목적일 경우 급여가 되지 않는다.
흔치 않은 질환이지만 워낙 무서운 질환이다 보니 환자가 당황하고 흥분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질환과 약품이다 보니 응급실에서 왜 소독, 파상풍 접종 말고 해주는게 없냐고, 광견병 주사 맞으러 왔다고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다. 국가에서 정한 관리지침이 있으니 의료진도 정확히 안내를 하고, 환자도 잘 따라 준다면 서로 당황하지 않고 적절한 진료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