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어지럼증
어지럼증은 인구 10명 중 1명이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며, 75세 이상의 노인들이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어지럼증의 양상이나 원인 질환이 매우 다양하여 진단이나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평상시 우리 몸의 균형은 몸을 구성하는 여러 기관의 협동에 의해 유지됩니다. 귀(내이), 눈, 팔과 다리의 근육에서 느끼는 몸의 균형 정보가 뇌에 전달되면 뇌에서 이를 통합하여 평형을 유지하고 몸의 운동을 조절합니다. 따라서 이 균형 정보들 사이에 혼란이 생기면 어지럼증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귀 질환(말초성)과 뇌질환(중추성)이 있으며, 그 외 심장 질환, 안과 질환 등이 있어도 다양한 양상의 어지럼증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특히 뇌질환에 의해 발생한 어지럼증의 경우 뇌졸중의 초기 증상일 수 있으며 노인 어지럼증의 경우 낙상, 골절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어지럼증은 환자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표현됩니다.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다’, ‘몸이 휘청휘청한다’고 표현하기도 하며, ‘메슥메슥하다’, ‘눈앞이 깜깜하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원인 질환에 따라 어지럼증의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자세한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를 통해 원인 질환을 감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지럼증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특성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현훈
현훈은 대부분 갑자기 자기 자신 혹은 세상이 빙빙 회전하거나 땅이 위아래로 움직인다고 표현합니다. 현훈은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관 중 내이(달팽이관과 세반고리관)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내이 질환에는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등이 있습니다.
1)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
갑자기 고개를 돌리거나 자리에서 일어날 때 세상이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현훈)이 발생합니다. 60세 이상의 고령, 여자에서 더 호발하며, 어지럼증 발생 시 메스꺼움, 구토, 체한 느낌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신체검사에서 눈동자의 비정상적 움직임(안구진탕)이 흔하게 나타나며, 보통 가만히 안정을 취하면 수 초에서 수 분 이내에 증상이 호전됩니다.
2) 메니에르병
반복적인 현훈을 유발하는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과 함께 점진적인 청력 감소, 이명 등이 특징적으로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병은 내이 속 림프액의 압력 증가로 인해 발생하며, 귀에 무엇이 차있는 느낌이 발생한 후 귀가 잘 안 들리면서 소리가 나는 증상(이명)을 호소합니다. 보통 수 시간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전정신경염
전정신경염은 흔히 상기도 감염과 동반하여 발생하며, 내이의 전정기관에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인해 염증이 생기는 병입니다. 발병 전에 감기 등 호흡기 감염을 앓았던 과거력이 있는 경우가 흔하므로 자세한 병력 청취가 중요합니다. 청력 감소는 동반되지 않으며, 증상은 수 분 정도 지속됩니다.
현훈의 경우 이처럼 내이 질환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나,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신경학적 이상(손발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고 힘이 빠짐, 말하는 것이 어눌해짐, 물체가 겹쳐서 보이거나 나누어져서 보임 등)이 동반되는 경우 뇌질환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2. 실신성 어지럼증
실신성 어지럼증은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느낌, 아득해지는 느낌을 주로 호소합니다. 뇌졸중 등에 의해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증상일 수 있으므로 먼저 뇌혈관질환에 대한 신속한 검사가 시행되어야 합니다. 그 외 빈혈, 저혈당, 기립성 저혈압(갑자기 기립하는 경우 혈압이 낮아지는 상태로 자율신경의 이상이나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해 나타남), 부정맥, 심부전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혈액 검사, 심전도, 심초음파 등 원인 질환에 대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3. 균형장애로 인한 어지럼증
어지럼증은 균형 장애에 의해 일어날 수 있으며,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괜찮지만 서 있거나 걸을 때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지는 증상을 호소합니다. 몸의 균형과 보행을 담당하는 소뇌의 이상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므로 서서 걷기 시작할 때 균형 장애를 보이면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 신경학적 검사 및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4. 심인성 어지럼증(기타 어지럼증)
그 외에 어지럼증은 심인성 또는 애매모호한 어지럼증으로, 대개는 몸이 붕 뜬 느낌, 넘어질 것 같은 느낌, 머리 안이 도는 느낌 등 비특이적인 어지럼증을 호소합니다.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신체형장애 등의 심리 정신적인 원인인 경우가 흔하므로, 원인 질환을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급성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병력 청취를 통해 스트레스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어지럼증은 여러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고,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한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원인이 다양하므로 혈압과 혈당, 그리고 심전도를 측정하면서 우선 어지럼증의 양상과 지속시간, 동반 증상 등의 특징이 어떠한지에 대한 자세한 병력 조사가 필요합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질환 유무 즉, 과로, 흡연, 음주나 불면증, 고혈압, 당뇨, 신경계 약물복용, 귀에 해로운 이독성 약물복용, 과거의 사고 유무 등의 여부를 살피게 됩니다. 고령은 허혈성 뇌질환의 위험인자일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고령의 환자일수록 어지럼증의 원인이 중추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밖에 허혈성 뇌질환의 위험인자로는 고혈압, 당뇨, 흡연력, 뇌경색증이나 관상동맥 질환의 과거력, 고지혈증, 심방세동 및 심장 판막 질환, 비만, 음주력, 피임약 복용력, 편두통 등이 있습니다.
또한 귀의 상태(고막천공, 중이염 등)에 대한 진찰과 평형기능 및 전정기능검사를 포함한 신경학적 검사도 필요합니다.
평형기능 검사의 하나인 보행검사가 어지럼증을 감별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말초성 어지럼증의 경우도 평형 장애를 나타낼 수 있지만 급성기에 걸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중추성 어지럼증의 경우 자꾸 넘어지려 하기에 한 발자국도 걸을 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이 보행검사가 어지럼증 원인 감별에 도움을 줄 수 있기에 환자가 서서 걷는 것을 매우 불편해하더라도 서서 걸어보게 하면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전정기능검사는 머리와 몸통이 바르게 설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직립반사 검사, 몸이 한쪽으로 치우치는지를 알아보는 편의 검사, 현기증이 있을 때 나타나는 환자의 율동적인 눈동자의 운동을 검사하는 안진 검사, 이런 눈동자의 운동을 일부러 유발하여 이를 전기적으로 측정하여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전기안진법을 이용한 각종 유발안진검사, 환자의 귀(전정), 눈, 사지의 근육에 보내는 균형 정보를 받아들여서 이루어지는 자세의 이상을 검사하는 동적 자세 검사 등이 있습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보이는 경우 뇌질환이 어지럼증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추가 검사가 신속하게 시행되어야 합니다.
어지럼증의 치료에는 원인 질환 및 증상 조절을 위한 여러 약물요법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활치료 및 운동요법,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가장 흔한 어지럼증인 현훈의 치료는 원인 질환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며, 뇌졸중과 같은 뇌질환은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치료를 신속하게 시행해야 합니다.
1. 일반적인 치료
어지럼증이 갑자기 발생한 경우에는 우선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합니다. 환자는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해야 하며, 원인 질환에 따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어지럼증,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요법 또한 시행할 수 있습니다.
2. 질환별 치료
고개를 돌리거나 자리에서 일어날 때 갑자기 발생하는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은 머리와 몸의 위치를 일련의 순서로 변환시키는 치료법을 적용하여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이 조작을 통해 세반고리관 내에서 떠다니는 이석 조각을 어지럼증을 유발시키지 않는 부위로 옮겨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력 감소, 이명, 귀 내부 충만감 등의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메니에르병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만성적으로 진행하므로 내이의 림프액을 줄이는 예방적 치료를 시행해야 합니다. 예방적 치료 방법으로는 저염식, 이뇨제, 혈류 개선제 등이 있습니다. 전정신경염의 경우는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대증적 치료와 함께 전정재활치료를 시행하면 대부분 호전됩니다.
현훈은 대부분 적절한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습니다. 흔히 어지럼증은 원인 질환이 진단되기까지 많은 검사가 필요하고 증상이 호전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완전히 낫지 않는 병으로 인식되어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해지면 치료를 자의로 중단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 및 적절한 치료와 재활이 꾸준하게 이루어진다면 완치 또한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어지럼증으로 인해 응급실을 가야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건복지부
종합병원 인증의료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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