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에서 암 치료는 수술, 항암제, 방사선치료라는 세 가지 축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항암제 치료는 과거 오랫동안 1세대 세포독성 항암제가 주를 이뤄 왔다. 그러나 최근 십수 년간 의학과 생물학의 발전을 통해, 같은 암이라도 환자마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이라는 개념이 암 치료에 도입되고 있다.
정밀의학은 환자의 암세포에 존재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와 단백질 발현 양상을 분석해, 그 결과에 따라 가장 효과가 높으면서도 부작용은 줄일 수 있는 맞춤형 치료법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으며, 파티마병원에서도 시행 가능한 치료 암종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폐암은 정밀의학 발전의 선두에 있는 암종이다. 비소세포폐암은 지금까지 가장 많은 표적치료 관련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고 연구된 분야로, EGFR, KRAS, BRAF, ALK, ROS1 등 표적치료제가 개발된 유전자 변이를 가진 암의 비율이 약 6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전통적인 항암제 대신 해당 유전자 변이를 직접 겨냥한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훨씬 우수하다. 특히 경구약 형태가 많아 부작용이 줄고, 치료 중에도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유방암에서도 정밀의학은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다. HER2 단백질이 과도하게 발현되는 환자의 경우, HER2를 차단하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함으로써 재발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과거에는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졌던 HER2 양성 유방암이, 이제는 오히려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한 유형으로 변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HER2 음성이지만 진행성 유방암인 경우에도 다양한 호르몬 요법의 옵션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PIK3CA, ESR1, BRCA 등 또 다른 유전자 변이에 대한 표적치료제들이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대장암의 경우에는 KRAS, NRAS, BRAF 변이 여부가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KRAS 또는 NRAS 변이가 없는 환자에게는 EGFR 억제제가 효과적이지만,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통해 불필요한 약제 사용을 피하고 보다 적절한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MSI(미세부수체 불안정성) 유전자 검사를 통해 면역항암제를 적용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난소암에서는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PARP 억제제라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약제는 암세포가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능력을 차단해 암세포 스스로 소멸하도록 만드는 기전을 갖고 있다. 여러 임상 연구에서 기존 항암치료에 비해 재발률을 40~50% 낮추는 것으로 보고돼, 재발이 잦은 난소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 정밀의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발전은 면역항암제의 등장이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내보내는 억제 신호(PD-1, PD-L1 등)를 차단해,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다시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치료 반응에 대한 예측은 면역화학조직검사를 통해 PD-L1 단백질 발현량을 측정하거나, 유전자 검사를 통해 MSI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이뤄진다. 이미 폐암, 피부암(흑색종), 방광암 등에서는 단순한 생존기간 연장을 넘어 일부 환자에서 완치에 가까운 장기 생존 효과가 보고되고 있으며, 자궁내막암·위암·대장암 등으로 적용 범위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물론 정밀의학이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표적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지 않은 환자에게는 여전히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치료가 필요하며, 고가의 치료 비용과 우리나라 건강보험 적용의 한계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항암치료는 더 이상 모두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되는 치료가 아니라, 개인의 암 특성에 맞춘 맞춤형 치료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보다 효과적이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치료 방향을 의미한다. 파티마병원 병리과는 조직검사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이러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도록 진단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